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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상념 본문

끄적끄적

밤의 상념

백숲 2019. 9. 11. 00:32

 하루의 끝. 조명을 끄고 커튼을 내린 뒤 이어폰에서 흐르는 나지막한 피아노 소리와 함께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내가 밤에 안긴다는 느낌을 받는다. 따뜻하진 않지만 부드럽고 포근하게. 상념에 잠긴다.

 밤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낮의 적나라함을 떠올린다. 그리곤 이내 낮과 밤을 비교하며 빠져든다.

밤은 평등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것과 못난 것, 가치있는 것과 하찮은 것, 바람직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 밤이 되면 그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사라진다. 빛과 그림자의 구분이 무의미한 지금, 못난 것도 아름다운 것도 없다. 그저 밤에 안길 뿐이다. 

 생각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나를 보게 만든다. 걱정도 기대도 없다. 편안하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들.

오늘을 생각한다. 보람찬 하루였다. 문득 아쉬움 같은 것을 느끼며 몇 배는 치열하게 살았던 지난 날들을 떠올린다.

한 달 전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을 생각한다. 혼자에 익숙해진지 오래지만 그들과 그 시간에 향수를 느낀다.

세 달 전 어학원에서 만난 연상의 여성을 생각한다. 그 상황과 나의 선택을 곱씹어보니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든다.

오 년 전 중학생이었던 나를 생각한다. 주간생활계획을 단상에서 발표하던 조금 풋풋한 내가 스쳐간다. 당시의 생각과 감정을 옛 기억으로 치부하고 있는 나에게서 스스로의 성장과 시간의 간극을 느낀다.

 다시, 지금 이 순간. 기대도 걱정도 후회도 없다. 그저 존재 자체와 사유로써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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